"'쌍꺼풀 30분, 코수술 1시간' 공장서 제품찍듯이"
[불법 브로커의 '성형 의료관광'… 차 모 성형외과의사회장 대담]
타이머 맞춰놓고 새 환자 받는다… 중국 단체 환자, 거의 대리 수술"
성형외과 병원들이 몰려있는 강남구 신사동의 '성형 타운'에서 차 모 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을 만났다. 차 회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만 따면 먼저 광고 회사에 돈 주고 자신을 명의(名醫)로 둔갑시키는 일부터 한다”고 말했다.
―중국 환자가 없으면 성형외과는 문 닫을 형편이라는 게 맞나?
"대형 성형외과는 대체적으로 그렇다고 보면 된다. 중국 단체 환자들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된다.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병원에서는 거의 안 받는다."
―그러면 당신은 왜 중국 환자를 안 받나?
"불법 브로커에게 휘둘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저 병원은 리베이트가 50%인데 당신네는 얼마 줄거요?' 하는 식으로 장난을 친다. 가령 수술비가 100만원이면 30만~70만원까지 리베이트를 요구한다."
―브로커에게 주는 리베이트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인가?
"리베이트는 브로커로부터 영수증을 받을 수 없어 세금 처리가 안된다. 이 때문에 병원측은 소득을 속이고 탈세를 한다. 진짜 문제는 병원이 브로커와 짜고 환자에게 수술비를 속이는 데 있다. 1천만원짜리 수술을 해주고 1억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때 9천만원을 브로커가 갖는다."
―병원이 환자에게 수술비를 속인다는 건가?
"일종의 사기인데, 브로커의 요구대로 수술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성형 비용은 대략 공개돼 있는데, 환자에게 터무니없는 수술비 요구가 가능한가?
"성형수술은 정찰제 상품이 아니다. '당신 코는 이러이러하기에 특수 기법을 써야 한다'고 말하면 꼼짝없이 그대로 따라야한다. 최신 기법이나 줄기세포를 썼다고 하면 몇 천만원 더 얹기는 쉽다. 그 수술비는 미리 병원측과 브로커 사이에 짜놓은 것이다."
―불법 브로커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것인가?
"이들을 고발하고 처벌한다 해도 빈 자리를 다른 브로커들이 다시 맡을 것이다. 정부는 비급여 의료 행위(미용성형·피부·치과 등)에 수술비의 10%를 부가세로 물렸다. 이 부가세를 외국인 환자에게 환급해주는 정책을 쓰면 병원에서는 당연히 영수증을 끊어줘야 한다. 매출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뜻이다."
―성형 관광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은 얼마나 되나?
"정확한 숫자는 파악이 안 된다. 중국의 성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사실이다. 강남 성형의사들 중에는 주말에 중국 출장 갔다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의 계약 병원에서 호텔과 항공료를 대주면 2박 3일간 수술해주고 온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성형 부위는?
"눈과 코다. 얼굴에 지방을 넣어 통통하게 만들거나 턱을 빼는 수술도 많이 한다."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는 얼굴 관자놀이 부위가 갸름한 쪽을 선호하는데, 중국 여성들은 두툼하게 튀어나와야 복스럽다고 여긴다. 우리 여성들이 많이 하는 가슴 확대 수술은 아직 중국에서는 유행하지 않는다."
―성형수술에도 유행이 있나?
"압구정동을 다녀 보면 거의 대부분 성형한 여성들이다. 쌍꺼풀에 눈 트임을 하고, 이마와 볼, 엉덩이가 튀어나온 모습이 다들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솔직히 일반인은 봐도 성형 여부를 모르겠다. 의사 눈에는 다 보이는가?
"당연히 보인다. 심지어 '저건 어느 병원 스타일'인지 까지도 알 수 있다."
―어느 병원 스타일이라니?
"가령 코 높이를 얼마로 하고 어느 지점을 높이느냐에 대해 병원 원장마다 각자의 미적 취향이 있다. 그 병원에을 찾은 고객은 다 그런 스타일로 찍어내듯이 해주는 것이다."
―처음 성형외과 의사로 입문했을 때 지금과 같은 세태를 예상했나?
"너무 잘못 흘러가고 있다. 지하철, 벽보, 인터넷, SNS에 성형수술 광고가 넘친다.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만 따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광고 회사에 돈 주고 자신을 명의(名醫)로 둔갑시키는 사기 행위다. 과연 정상적인가.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해줘야 한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나, 과거에는 우리가 규제를 풀어달라고 많이 요구했다. 성형수술 전후(前後) 사진 광고도 그래서 풀린 것인데,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딸이 성형을 원한 적 있었는지 모르나, 만약 그렇다면 어떤 입장인가?
"외모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느냐에 달렸다. 그걸로 우울증과 사회 적응에 문제가 있으면 받아야 한다. 그런 경우 내 딸이라도 수술 받으라고 한다. 가령 여성의 가슴이 남성처럼 돼있다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B컵 크기를 C컵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쏟아지는 성형수술 광고에 세뇌된 것이다."
―요즘에는 성형을 해도 대부분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육안으론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환자 본인만이 느끼는 또 다른 통증이 있을 수 있다. 가령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여성이 가슴이 눌리고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재활의학과에서 테스트를 해보면 통증을 유발할 만한 게 나오지 않는다. 광대뼈 수술을 했는데 뼈가 붙어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느낌도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아픈 환자가 들어와 고쳐서 나가지만, 성형외과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들어와 부작용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
―'성형은 의술'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린다.
"할 말이 없다. 대형 병원에서는 '쌍꺼풀은 30분, 코 수술은 1시간'으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그 시간 내에 수술을 마치고 다음 환자를 받도록 한다. 공장에서 제품 찍는 식이다. 작년에 눈·코 수술을 받던 환자가 그렇게 해서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눈·코 성형은 밥 먹듯이 받는 시술 아닌가?
"마취제가 오버됐다는 것이다. 당시 수술은 상담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했다. 소위 '고스트 수술(대리 수술)'이다."
―어쨌든 의사가 대리한 수술인데, 불법인가?
"이는 신종 유행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규제와 처벌 조항도 없다. 환자가 몰리는 스타 의사는 상담만 하고, 막상 수술실에서 환자가 수면제를 맞고 잠들면 전문의를 딴 지 1~2년 된 젊은 의사들이 집도한다. 환자는 실습 도구처럼 되는 것이다. 특히 한 번에 버스로 몇 십 명씩 중국 단체 환자들이 오면 거의 대리 수술이다. 한국에 의료 관광 왔다가 인생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나라 망신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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